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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eyboard & Mouse。

Marathon 910 TR

어릴 적 아버지는 직업군인을 하셨었다.

대위까지 하시다가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나시면서 군인을 그만두셨는데 

마지막으로 의정부의 공병부대에 계실 때 막사옆 언덕 위에 하나 뿐인 사택에서 살았었다.

 

모래 흙 언덕이었는데 비가 오면 질퍽질퍽하고.. 친구도 없어서

아버지 중대장실에 많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.ㅎ

그 중에 기억나는 것이 지휘봉이랑 타자기!

 

중대장 실에 들어서면 맞은 편 바로 앞에 회의 테이블이 있고 그 뒤로 중대장 책상이 있었다.

나는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다.

들어서자마자 왼쪽을 보면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타자기가 있었다.

타자기 누를 때 소리가 좋아서 계속 치면서 놀았는데 

지금 생각해보면 칠 때마다 종이낭비 먹지낭비였을 텐데

아버지께 한번도 혼난 적이 없었다.^^;;;

 

필름카메라를 시작한 것도 철컹~하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좋아서였는데

키보드도 자꾸 사용하다보니 먼가 부족한 것이 있더라

소리도 그렇고.. 폰트도 아직까지 딱 이거다! 하는 타자기 폰트가 눈에 들어오진 않더라..

 

맨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역시 우연한 기회에 타자기를 고쳐서

양도하시는 분 블로그를 찾게되어 깨끗한 놈으로 양도 받았다.

실제 타자기의 라인업이라던가 등급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보기 좋은 놈으로..ㅎ

 

아! 딱 정한 건 있었다. 타자기도 두벌식과 네벌식이 있는데

두벌식은 지금 키보드방식에 받침을 누르기위한 쉬프트키가 있고..

네벌식은 추가로 받침용 자음/모음이 있는 것이다.(자음 2세트 + 모음 2세트)

찾아보니 네벌식이 사용은 불편해도 글씨가 이쁘다고 그래서 네벌식으로 겟!!

 

- 수령 -

회사에서 택배를 받았다.

박스를 열어보니 플라스틱 가방이 똭!

 

꽤나 오래되 보이는 플라스틱 가방이었다.

블로그에서 봤던 것 만큼 깔끔하지는 않지만 어후 세월에 비해 복원이 잘 된 편인 것 같았다.

 

처음 보자마자 폰으로 한 컷!

 

검색을 해보니..

Marathon 910TR (마라톤 910TR)은 1985년 동아정공에서 개발한 휴대용 네벌식 타자기이다.

 

자판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.

이건 무슨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..ㄷㄷ

 

파란색 네모가 그냥 자음/모음 이고, 붉은색 네모가 받침용 자음/모음이다.

두벌식에서 받침 쉬프트를 누르지만 네벌식은 자리만 잘 인식이 되면 쉬프트없이 그냥 누르면 잘 써진다.

다만.. 'ㅡ' 같이 헷갈리는 모음은 실수가 잦은 편이다..ㅡㅡ;;;

 

왼쪽은 받침용 모음을 사용하여 이쁜 글자가 나왔다. 자세히 보면 받침용 'ㄴ'이 좀 더 커보인다.

오른쪽은 그냥 모음을 사용하여 받침용 'ㄴ'을 눌렀으나 다음글자처럼 옆으로 쉬프트 되어있다.

출력하고 싶은 문장을 거의 다 쳤는데 저런 실수가 나오면.. ㅂ지ㅏ겁지ㅏㅓㅈ빍

이게 타자기의 묘미지..ㅋㅋㅋ

 

자 그럼 가장 중요한 소리를 들어봅시다!

 

손이 이쁘지 않아서 죄송..ㅠㅠ

글씨 느낌도 참 좋다!^^

이제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을 때마다 타자기로 기록하고

이미지로 남겨야겠다. ^^

 

 - 끝 -